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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혼행이 좋을지도

며칠간 자리를 비우는 것을 알린 이메일과 메시지에도 비슷한 답이 돌아왔었다. 그들에게 나는 외톨이 여행자로 단단히 각인된 것이 분명했다. 하긴, 혼밥이니 혼영 같은 말이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된 요즘, 혼행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다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혈혈단신 떠나는 여행은 생소한 일이니까. 나도 몇 년 전까지 상상해 본 적 없었다. 낯선 도시의 밤거리를 홀로 걷는 내 모습을.

Thu Dec 13 00:00:00 KST 2018

작가님, 이번에도 혼자 가시는 거예요? 

 

며칠간 자리를 비우는 것을 알린 이메일과 메시지에도 비슷한 답이 돌아왔었다. 그들에게 나는 외톨이 여행자로 단단히 각인된 것이 분명했다. 하긴, 혼밥이니 혼영 같은 말이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된 요즘, 혼행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다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혈혈단신 떠나는 여행은 생소한 일이니까. 나도 몇 년 전까지 상상해 본 적 없었다. 낯선 도시의 밤거리를 홀로 걷는 내 모습을.

 


 

혼자 여행한다는 게, 지금은 이상하지 않지만, 한때 걱정과 연민의 시선을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눈빛이 지금은 '혼자 여행하면 뭐가 좋아요?'. '혼자 여행하기 좋은 도시는 어디에요?'라는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나와 가장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게 '허유, 대체 이 눈이 언제나 그칠까?'와 같은 사소한 말이라도.

 

 

여전히 사람들은 내게 이번에도 혼자 떠나냐 묻는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에는 걱정인지 연민인지 모를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이들이 이제 ‘혼자 여행하면 뭐가 좋아요?’ 혹은 ‘혼자 여행하기 좋은 도시는 어디에요?’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미리 준비해 둔 문장들로 답을 대신한다. 혼자 여행하는 시간은 나와 가장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이며 생소했던 내 목소리와 말투를 익히는 동안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그리워하는 것, 버려야 하지만 차마 놓지 못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라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 모습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혼자 떠나 볼 이유, 그리고 자격이 있다고.


혼자 하는 여행은 가장 믿음직한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이다

<어쩌면 _ 할 지도> 김성주 작가님은 이것이 여행에 대해 확언할 수 있는 진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혼자만의 여행을 계속하신다고 하셨는데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이 어쩌면 타인에게 노출이 되어 있는 나를, 온전한 나를 만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도 혼자 무엇을 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