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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단체 대화방
최근 들어 SNS나 메신저 등을 통한 성희롱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발생했을지도 모를 이야기.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 '나'에게, 하필이면 나에게 생긴 것입니다. 모두가 불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나는 K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19.07.09
사건이 터졌다
여자아이들과 친하던 그 한 남자아이. K라고 부르겠다. 그 남자아이, K가 남학생끼리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루어진 성희롱을 여학생들에게 털어놓았다. 섹스 잘하게 생긴 년, 좆같이 생긴 년, 가슴 커서 뛰어다니면 꼴리는 년, 입이 커서 잘 빨 것 같은 년, 같은 것들이 쓰여 있었다고 했다.
증거는 없었다. “K가 음담패설하는 게 싫어서 방을 나왔대요. 그래서 다시 들어갈 수가 없대요. 너무 더러워서 캡처할 생각도 못했대요.” 여학생들이 울며 소리를 질렀다
“저흰 절대 그런 말 안 했어요.” 아홉 명이 목소리를 모아 도리질을 했다. “진짜 안 했어요. 진짜 맹세해요. 너무 억울해요.” 눈이 커다란 남자 회장은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억울해, 억울해 미치겠어요. 그런 쓰레기 같은 짓 안 했어요.” 그 애의 부모에 따르면, 하교하는 내내 뒷좌석에서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시트를 치고 울었다고 했다.
K의 부모는 전화상으로 내게, 우리 애는 어쩌죠, 어쩌실 거죠, 하고 물었다.
“무서워서 같이 야자 못 하겠어요.” 여자아이들이 철제 사물함 안에 녹음기를 집어넣은 채 교실을 떴고 그걸 이미 눈치챈 남자아이들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발로 사물함을 쾅쾅 차기만 했다.
그다음 날 오후 한 시 나는 여교사 화장실에서 울다 하혈을 했다.
최근 들어 SNS나 메신저 등을 통한 성희롱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발생했을지도 모를 이야기.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 '나'에게, 하필이면 나에게 생긴 것입니다. 모두가 불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나는 K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어떻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