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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날에 읽고 싶은 책을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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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함께할지도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분수에 동전을 한 번 던지면 다시 로마로 돌아오게 되고, 두 번 던지면 평생의 인연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세 번 던지면 그 인연과 이별을 하게 된다나. 마지막은 분명 나 같은 심술쟁이가 뒤늦게 끼워 넣었을 것이다.

Mon Dec 10 00:00:00 KST 2018

동전을 던지는 횟수가 중요해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분수에 동전을 한 번 던지면 다시 로마로 돌아오게 되고, 두 번 던지면 평생의 인연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세 번 던지면 그 인연과 이별을 하게 된다나. 마지막은 분명 나 같은 심술쟁이가 뒤늦게 끼워 넣었을 것이다.

 

첫 로마 여행에서 동전을 던진 덕에 다시 로마로 오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두 번째 동전은 소망이 아니라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단어의 경계가 모호하긴 하지만요. 여행지에는 트레비 분수처럼 수많은 약속의 장소가 있습니다.

체코 프라하의 카렐교에는 연인이 손을 잡고 끝까지 함께 걸으면 영원히 아름다운 사랑으로 남는다는 속설이 있고, 네포무크의 성 요한 청동상의 발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지고, 그 옆의 충견을 쓰다듬으면 다시 프라하에 오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죠.


 

우리 여기 완공되는 해에 함께 오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정문을 나서며 내가 했던 말이다. 물론 성당이 완공될 때까지는 십 년이란 시간이 더 남아 있었지만. 조금 전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양쪽 스테인드 글라스로 쏟아지는 빛에 매료되고 말았다. 가지를 길게 뻗은 듯한 기둥의 아름다움에는 감탄 너머 이유 모를 우울감까지 느꼈다. 양쪽으로 빛을 비추는 스테인드 글라스는 낮과 밤의 시간을, 곧게 뻗은 기둥은 람블라거리의 플라타너스 나무를 표현했다는 설명을 듣고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 버렸다. 억제되지 않는 감정들에 취해 나도 모르게 십 년 후를 약속한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감히 십 년을 약속했던 그녀와 헤어지던 날, 나는 큰 봉투 하나를 받았다. 그 안에는 그동안 내가 썼던 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다음 날 동이 틀 때까지 노란색 봉투 안에 든 편지들을 모두 읽은 뒤 나는 한동안 거기 적힌 약속들의 무게에 짓눌려 지내야만 했다. 아직도 내게 약속의 무게는 별로 줄어든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약속이 지켜지는 것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여러분에게 약속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성주 작가님의 약속은, 그 당시에는 지켜질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그 순간의 진심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영원을 이야기하고 성공을 꿈꾸는 그 순간의 진심으로 충분합니다. 지금이라도 어딘가에 약속하기 위해 남산의 자물쇠처럼 어디에라도 자물쇠 하나쯤 걸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