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빨간 날에 읽고 싶은 책을 만드는

카멜북스의 매일을 소개합니다.

Daily > Post

우리는 여전히 부자를 꿈꾼다

한 예능에서 배우 류승수가 이런 말을 했어요. 누구나 꿈꾸는 그런 이야기이기에 다들 공감하고, 웃음을 터뜨렸는데요. 우리는 그처럼, 부자를 꿈꾸면 살아갑니다.

Fri Jun 07 00:00:00 KST 2019

한 예능에서 배우 류승수가 이런 말을 했어요. 누구나 꿈꾸는 그런 이야기이기에 다들 공감하고, 웃음을 터뜨렸는데요. 우리는 그처럼, 부자를 꿈꾸면 살아갑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죠. 그런 꿈을 꾸면서, 월세 걱정을 하고, 학자금 대출을 걱정하고, 곧 빠져나갈 카드값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현실 때문에 우리가 더욱 부자를 꿈꾸는 게 아닐까요?


부자 할아버지, 부자 아버지가 없다면, 혹은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비관적인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부유해지기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富)라는 것을 '경제적인 부'와 '실질적인 부'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라는 것은 처분 가능한 경제적인 자원의 양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팔아서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집, 자동차, 냉장고 등의 자원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부다.
'실질적인 부'란 필요한 노동시간 이외에 가처분 시간을 뜻한다.
여기서 필요한 노동시간이란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버는 시간이다.
우리가 돈을 버는 데 사용하는 시간 이외에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 시간이 바로 실질적인 부라는 이야기다.

- 칼 마르크스
 
 

칼 마르크스에 따르면 아주 기묘한 반전이 발생합니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이 되고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대기업 임원이 한 명 있다. 그는 일반 월급쟁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많은 돈을 번다. 하지만 그는 하루에 12시간 넘게 직장에 매여 있고, 주말에도 가족들과 여행은커녕 항상 출근 준비를 해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반면 꽤 좋은 외국계 기업에 들어갔지만, 이내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다녀온 친구가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담긴 책을 썼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외국계 기업을 다닐 때만큼 벌지는 못하지만, 자고 싶을 때 자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며 평일에도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게 살고 있다.

누가 '진짜 부자'일까요?

 


 

대부분이 임원을 '진짜 부자'로 믿고 있을 것입니다. 좋은 차, 좋은 집에 억대 연봉도 받고 있으니까. 하지만 임원이 부자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부'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만의 이야기입니다. '실질적인 부'의 관점에서 임원의 삶을 재해석하면 그는 가난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됩니다. 하루 종일 직장에 매여 있고 주말에도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니까. 본인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 시간이 없자는 측면에서는 그는 분명 아주 가난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직장을 때려치운 친구는 다릅니다. 넉넉하지 않고 안정적이지도 알지만 생계를 꾸려 갈 정도의 돈은 벌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마으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일정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그는 '경제적인 부'자는 아닐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부'자는 맞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돈, 그 자체가 아닙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돈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주객이 전도된 채로 살 고 있습니다. 때때로 돈을 왜 버는지조차 모른 채 그저 벌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기를 쓰며 삽니다. 때때로 아무 근거 없는 미래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모조리 돈을 버는 데 선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경제적인 부'자가 되기 위해 애쓰느라
'실질적인 부'를 낭비하면서 가난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