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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라이프> 사랑방 손님과 오송민

남산타워가 멋지게 보이는 후암동 사랑방에서, <오케이 라이프>의 오송민 작가님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Mon May 14 00:00:00 KST 2018

 

 

응모하셨는데, 안타깝게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카멜북스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를 진행했었어요.

라이브를 못 보신 분들 위해,
현장에서 진행했던 이야기와 질문을 모아 보았습니다! 


진행은 카멜북스의 편집자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처음 왔을 때랑 사랑방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출판 계약서를 들고 왔을 때, 이곳은 원파운드 사무실이었어요. 그러다 지금은 사랑방이 되었는데, 사랑방은 어떤 곳인가요?

- 사랑방이라는 이름처럼, 모여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만든 곳이에요. 정해진 것은 아니에요. (옷이랑은 상관없나요?) 아니요. 옷도 있어요. 점점 옷도 많아질 거고, 항상 저녁 때까지 열려 있을 거예요. 카페는 아니지만, 정말 아무나 오셔서 차를 드실 수 있게 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작가님과 계약을 하고 15개월만 에 책이 나왔어요. 책을 쓰면서 작가님이 힘들어 하신 부분도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책 쓰는 일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 어떤 분야일지는 모르지만, 책을 쓰는 게 죽을 때까지 꿈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제가 큰일을 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 나눠지지도 않고, 생활도 나눠지지 않는데, 글을 쓰니까 자신이 이중인격자 같을 때가 있었어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무엇을 쓴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회사에서 느꼈던 감정을 정리하고 집에 와서 다른 것을 한다는 게, 거짓말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새롭게 쓴 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써 놓은 것을 편집하는 정도였는데도... 소설은 개연성이 있어야 하지만, 제 글을 그렇지 않은 데 그렇더라고요. 책 출간까지 너무 오래 걸리니까 주변 친구나 가족들이 지쳐 하더라고요. 그 가운뎃점을 찾는 데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일과 일상에서 중심을 어떻게 잡으시는지, '나'와 '나의 속'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는 법을 물어보신 분이 계세요.

- 저는 밸런스를 잡지 못했어요. 이제 결혼 1년인데, 잘 몰라서 괴로운 거 같아요. 질문을 미리 보니, 나에 관해 많이 물어보셨던데, 아마 책이 '나'에 관한 것이라서 주셨던 거 같은데요. 저도 사실 잘 몰라서, 나를 알고 싶어서 찾다 보니. 그렇게 계속해서 찾다 보니 책이 나온 거예요.

SNS 상에서 취향을 쌓아 오셨는데, 지금의 작가님이 오기까지 인생에 영향을 미친 계기가 있나요?

-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에어컨 앞의 벌집) 벌집 보이시죠? 아버지가 행사 때문에 따다가 주셨어요. 부모님이 예전 물건을 좋아하셨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예전부터 옛날 물건을 많이 봤어요.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어느 순간 익숙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을 찾더라고요.

혹시 취향을 나누는 인연이 있으신가요?

- 같이 사는 남편도 제 취향이 과하다고 얘기를 해요. 저희 회사 직원의 어머님이 계신데요. 인생의 선배님이라고 몇 번씩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이 있어요. 저랑 취향이 비슷하세요. 손뜨개 같은 선물을 해주시는 데요. 60이 넘으시고 제가 딸 뻘이지만,  아마 그분이랑 취향이 비슷한 거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퇴사를 하셨는지, 정말 퇴사를 하면서 '나'를 찾으셨나요?

- 책의 앞부분은 20대에 쓴 내용이에요. 뺄까 고민을 했지만, 그때 제일 책을 내고 싶었던 시기여서 그때를 빼고 책을 낸다면 별로  의미가  없는 거 같아서 꼭 넣고 싶었어요. 제가 20대 때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어떤 것을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거 같아서 넣었어요. 마흔이 된 후에 그런 이야기를 책에 싣게 되면, 공감이 되지 않을 거 같아 이번 책에 꼭 넣고 싶었어요. 저는 32살까지 고민했어요. 일과 월급을 떠나 그냥 재미가 없었어요. 그만두고 돌아가고를 반복하다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만두는 때가 오더라고요. 이만큼 고민했으면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더 고민하다 보면, 어느 날 주변에서 뭐라고 하지 않아도 그만두게 될 거예요. 일을 그만 둘 때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돼요.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으셨나요?

- 찾기가 쉽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찾고,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 결혼을 하고 평생 행복하게 사는 건 어려워서 저도 잘 못해요.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씩 아니라고 느낄 때가 너무 많아요. 쇼핑몰도 잘 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할지 모르는 거고,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면 답답할 때가 많아요. 책이나 인스타그램에 좋은 것들을 올려서 그렇지, 저도 매일 밤 고민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을 하기 싫고 그래요. 저도 똑같아요.

원파운드를 보더라도, 작가님의 취향이 묻어나있는 게 보여요. 캘리그래피나 사진도 그렇고요. 작가님만의 캘리그래피나 사진은 저염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담백하고 심플해서 과함을 뺀 거 같은데요. 손글씨를 배우신 적이 있으신지

- 배운 적은 없어요. 어렸을 때 편지 대신 써주고, 러브장 꾸미는 것을 잘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글씨를 잘 쓰세요. 어느 날 한글을 썼는데, 잘 쓰더라고요. 글씨는 배운 적은 없고 물려주신 거 같아요. 수업은 조심스럽고요. 그런 계획은 앞으로도 없을 거 같아요.

 

 
20대 떠난 해외는 어땠나요? 여행이 주는 의미가 무엇이었나요?

- 일본이었어요. 그리고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를 갔어요. 하는 일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뭐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간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낯선 곳에 혼자 있었던 적이 없어서 그곳에서 '난 누구인가'를 많이 생각했어요. 여자 나이 26이면, 남자와는 다르게 사회에 있거나 대학원을 가거나 진로가 정해질 시기인데, 저는 뭐를 해야 할지 몰라 도망을 갔지만 그곳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일기도 쓰면서 지냈어요.
여행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지만 가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무리를 해서라도 가고 싶었어요. 신혼여행도 오래 가게 되면서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지나간 일처럼 별로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많이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소매물도에서 한 달 정도 있었어요. 뭐하고 살지 몰라서 거기에 어떤 장치를 마련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섬'처럼 사람들과 나 혼자 동떨어져서 지낼 수 있는 장치 같은 거요. 그래서 섬 같은 곳으로 여행을 오래 떠나 있기도 했어요. 

여행 많이 다니시면서, 에어비앤비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 여행할 때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려고 해요. 비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행 내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런 멋진 곳에 묵지 않아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하루 이틀 정도만 묵고 나머지는 호스텔을 이용해요. 그런 집에 가볼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저는 전시회를 가는 기분으로 가요. 전구는 어디 것이고, 수저는 어디 것인지 다 봐요. 이렇게 예쁘게 하고 사는 사람은 다른 것도 예쁘게 하고 살고 있어요. 물론 에어비앤비 예약할 때 실패한 적도 많아요. 보기에만 예쁘고 무서운 곳도 있고요. 사진상으론 예쁜데 혼자 묵기에 무서운 곳이었는데요. 앞에 있는 강에서 새벽에 물 안개가 올라오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삐그덕거리고, 방음도 안 되고요.

혼자 여행을 하면 무슨 생각을 하세요?

- 너무 외롭고 무서워요.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감흥도 없어요. 나를 찍어주는 사람도 없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요. 해방감이 있어요. 친구랑 가면, 코스를 짜는 걸 안 해서 좋더라고요. 혼자 가면 그런 게 없으니까 좋지만 심심해요. 잠깐 몇 분이라도 혼자 밥먹고 커피 마시고 기차 타는 건, 정말 느껴보지 않으면 몰라요.
 

 
'서울에서 살기로 했다'라고 결심을 한 글이 있는데요.

- 서울에 올라와서 너무 힘들었어요. 지출이 많았거든요. 월급을 받아서 월세 내고, 대출 이자 내면 월급이 안 남는 거예요. 그렇지만 서울에서 살고 싶었어요. 아마 제가 20대였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지금이라면 훨씬 우울했겠죠. 미아동에 자리를 잡았는데, 계속 그 동네에서 살았던 거 같아요.

인테리어를 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SNS를 보면, 본인의 공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거 같은데요.

- 처음 서울에 올라오면서, 독립하면서부터예요. 예쁘게 살고 싶었던 거 같아요. 현실이 별로지만 행복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거 같아요.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했던 시기라, 별거 아니지만 나답게, 내가 좋아하는 건지 고민하면서 샀어요.
인테리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팁을 드리자면 색을 통일해서 두면 중간은 가더라고요. 엄청난 취향이 있거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고, 좋아하는 색감을 찾아요.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노란 물건 하나만 두기도 해요. 제가 원목, 라탄바구니를 좋아하는 것처럼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될 거 같아요. 저는 꽉 차있는 것에 이상하게 안정감을 느껴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각자 좋아하는 색감을 찾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결혼 이야기도 많이 궁금해하시는데,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셨어요.

-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어요. 인생의 반을 아는 사이이죠. 저는 흥이 나면 놀지만, 기본적으로 비관적이고 우울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더라고요. 책 제목도 <오케이 라이프>라고 지은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저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이라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살다보니 '아니면 말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만난 지 5년 됐을 때 결혼했어요. 큰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때마침 결혼 적령기였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에 대한 구분이 생기잖아요.

- 없다면 거짓말이죠. 딱 봤을 때 나랑 잘 맞는 사람, 잘 맞지 않는 사람 같은 판단이 드는 건 일부러 의도해서 드는 게 아니죠. 하지만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책에도 있지만, 예전에는 그런 것에 대한 집착이 있었어요. 취향이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한창 친구를 사귈 때 고민했던 적이 저도 있었습니다.

20대와 30대에 많은 차이를 느끼시나요?

- 저는 많이 느끼는 거 같아요. 20대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기인 거 같고, 30대는 내가 알고 있는 나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고민하는 시기인 거 같아요.
스물아홉 다 불안해하는 거 같아요. 김광석에 '서른 즈음에' 노래처럼요. 너무 당연한 감정이에요. 근데 제가 29살을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좋은 나이에 있는 거예요. 지나보니까, 안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 것처럼 뭐든지 해야 돼요. 이직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을 보면 저도 부러워요. 힘을 빼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거 하나만 하면 행복하다'는 느낌을  주는 일이 있으신가요?

- 요즘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혼자 카페에 가는 거예요. 친구였던 남편과 함께 일을 하고, 같이 살다 보니 개인 시간이 없더라고요. 별거 아니지만, 혼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게 일종의 작은 행복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연락해 커피 한잔 하자고 불러낼 수 있는 친구가 점점 적어지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저희 부부는 늘 붙어 있기 때문에 불금에 각자 게임을 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예상보다 길게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 북토크가 끝나고
사진 촬영과 사인회를 진행했답니다.

오송민 작가님뿐만 아니라, 바깥양반님의 인기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사인하면서 조언도 해주시고,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답니다^^
 

 
참, 작가님스러운 공간에서 진행한 '사랑방 손님과 오송민'
어느 참석자분이 이야기하시길,
"길 가다가 어떤 물건을 보면 작가님이 생각이 나요"

그런 소소한 취향과 혹시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번 작가와의 만남.
모두 즐거운 시간이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