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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

각자의 색깔을 존중하는, 누구든 자기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알록달록한 세상으로 토끼고 싶은 김토끼의 이야기였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고 살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세상에 많으니까요. 눈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세상에서 살길 바랍니다.

Sat Apr 27 00:00:00 KST 2019


'아직도 물건에 이름을 붙이니?'

어릴 때부터 물건에 이름을 붙이면 애착이 생겼다. 그리고 각기 고유의 이름을 붙여주면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거라는 징크스 때문에라도 꼭 이름을 지어주었다. '물건에 이름 붙이기'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다 나 스스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습관었지만, 성인이 되면서부터 이런 행동이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에 밖에서는 웬만해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핑쿠'라는 이름을 지어준 내 휴대폰이 없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나도 모르게 친구들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혹시 내 핑쿠 봤니?!" 그렇게 물건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공주병이냐며 은근히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편하다는데! 내 취향이고, 내 징크스라는 데!
너희들이 왜 눈치 주고 그러냐!

어릴 적 분홍색을 좋아했던 꼬마가 있었습니다. 아끼던 꽃분홍 원피스를 입고 간 날 짝꿍이 "너 성냥팔이 소녀 같아!"라고 하더니, 종일 놀려댔습니다. 그날 이후 분홍색 원피스는 장롱에서 빛을 볼 일이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분홍색은 공주병 걸린 애들이나 좋아하는 거야!'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누가 물으면 노란색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여전히 분홍색을 좋아하는 어른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눈치는 여전히 보고 있죠. 분홍색 옷을 입었을 때, 분홍색 아이쉐도우를 했을 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기 싫어서 좋아하는 분홍색 가방 대신 까만 가방을 산 적이 혹시 있나요?

왜 여전히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될까요? 좋아하는 분홍색 옷에 분홍색 가방을 메면 안 되는 걸까요?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내 마음대로 좀 하면 안 될까요?


 

 

얼마 전, 커피를 주문하려고 줄을 서 있었는데 바로 앞에 한 백인 할머니가 눈길을 끌었다. 형광 티셔츠, 형광 레깅스, 형광 스니커즈, 형광 백팩에, 형광 모자까지 쓰고 있는 게 아닌가! 마음속으로만 분홍색을 깊이 사랑한 나와 달리, 할머니는 백발이 되도록 형광 연두색을 온몸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중략>

그 할머니도 어쩌면 살다가 한두 번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을,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수도 있다.
다만 눈치 보고 살기에는 형광 연두색을 너무나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특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지만, 할머니는 취향을 고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색깔을 존중하는, 누구든 자기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알록달록한 세상으로 토끼고 싶은 김토끼의 이야기였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고 살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세상에 많으니까요.
눈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세상에서 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