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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엄마가, 수용소에서 살았다

소설 <인간모독소>는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 수련과 원효의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 한때 수련을 짝사랑했던 한 남자를 만나고, 이 셋은 서로 엇갈린 운명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수련에게 생긴 아이 선풍. 그 아이는 누구의 아이일까요? 폐쇄적인 북한 수용소의 이야기를, 북한을 탈출한 작가가 썼습니다. 작가의 이름조차 밝힐 수 없는 가명인데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Fri Nov 16 00:00:00 KST 2018

 

 

아이들은 사랑과 미움을 귀신같이 알아맞힌다. 선풍은 아기 때부터 원호만 보면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아버지의 냉대와 경멸을 젖먹이 때부터 민감하게 느낀 것이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뗄 때도 원호만 나타나면 구석에 틀어박혀 눈을 꼭 감고 우들우들 떨었다. 

 

선풍은 발걸음을 떼서부터 늘 혼자 논다. 들어 버려진 망아지 마냥 제멋대로 자란다. 한겨울의 서리처럼 미움의 냉기기 가득한 오두막에서 아이는 눈치만 빨라진다. 선풍은 전혀 아이답지 않게 무표정하고 눈빛이 매섭다.학대가 일상으로 된 수용소의 환경은 아이에게 불신만을 독초처럼 심어 놓는다. 사랑이 결핍된 아이는 어른보다 더 냉혹하고 맹랑해져 간다.

선풍이 자라는 모습에 수련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남편의 차가운 외면이 선풍을 더 이지러지게 만든다. 남편이 자기를 무시하고 학대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선풍에게까지 못되게 구는 것은 정말 밉다. 그럴수록 선풍이 남편의 자식임을 빨리 알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어머니, 선풍이 몸에 그이하고 똑같은 특징 같은 거 없어요?"

"내 눈엔 선풍이가 애 아비 어릴 때 하고 신통히 닮았다. 이 도독한 이마랑, 잠들 때 고집스레 다문 입 모양이랑, 그리고 이 제비초리도 아비 것 아니냐?"

시어머니는 마침내 아이의 허벅다리 안쪽에 있는 점 두 개를 발견한다.

"이것 봐라. 핏줄 아니랄까 봐 점까지 닮았구나."

"그이도 이런 점이 있어요?"

새색시 시절에는 수줍어서 못 봤고, 선풍을 낳기 전에 남편하고 몇 번 잠자리를 한 후 몇 년 동안 서로 눈길도 마주치지 않고 살았으니 남편 허벅다리 점까지 알 수 없다. 문제는 남편에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는 남편의 목소리마저 가물가물할 정도다.

 


소설 <인간모독소>는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 수련과 원효의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 한때 수련을 짝사랑했던 한 남자를 만나고, 이 셋은 서로 엇갈린 운명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수련에게 생긴 아이 선풍. 그 아이는 누구의 아이일까요?

폐쇄적인 북한 수용소의 이야기를, 북한을 탈출한 작가가 썼습니다. 작가의 이름조차 밝힐 수 없는 가명인데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