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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출간 70주년

올해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시인, 영원한 청년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출간 70주년입니다. 나라가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짧게 살아간 그의 시는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오래 머물지 못한 이곳에서 편히 앉아 그의 시를 읽어봅니다.

2018.09.21

올해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시인, 영원한 청년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출간 70주년입니다. 나라가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짧게 살아간 그의 시는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오래 머물지 못한 이곳에서 편히 앉아 그의 시를 읽어봅니다.
 

정지용 시인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내가 시인 윤동주를 몰랐기로소니 윤동주의 시가 바로 '시'고 보면 그만 아니냐? 호피는 마침내 호피에 지나지 못하고 말 것이나, 그의 '소'로써 그의 '시인'됨을 알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일제 시대에 날뛰던 부일문사 놈들의 글이 다시 보아 침을 배앝을 것뿐이나, 무명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 한이 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
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순수함을 간직했던 소년. 그 소년은 곧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존재였습니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순이의 얼굴을 그 어릴 적 순수함을 떠오르게 합니다. 소년이 잃어버렸던 순이처럼, 나라를 잃어버린 청년 윤동주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윤동주의 '위로'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다보기 바르게-

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담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빠져나가려 해도 자꾸만 엉킨 거미줄에 걸린 나비의 날개처럼, 그 시절 우리 청년들의 미래는 그랬습니다. 누워서 나비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던 사나이가 그저 거미줄을 헝클어놓는 것을 위로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나비가 엉킬 일이 없을 테지요. 어두운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청년이 손을 내밀어 나라에 하고 싶었던 것이 그런 위로가 아니었을까요?


그의 '꿈은 깨어지고'

 
꿈은 눈을 떴다
그윽한 유무에서.

노래하던 종달이

도망쳐 날아나고,

지난날 봄타령하던

금잔디 밭은 아니다.

탑은 무너졌다,

붉은 마음의 탑이-

손톱으로 새긴 대리석 탑이-

하루 저녁 폭풍에 여지없이도,

오- 황폐의 쑥밭,

눈물과 목메임이여!

꿈은 깨어졌다.

탑은 무너졌다.

행복했던 종달이, 금잔디는 없어지고, 탑은 무너져내렸습니다. 황폐해져 버린 그곳에서 꿈과 탑은 무너져버렸습니다. 윤동주가 꿈꾸던 시기에 무너져버린 탑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 다시 세워졌습니다. 그가 꿈꾸던 노래하는 종달이도, 봄 타령하던 금잔디도 있죠. 우리는 그의 꿈을, 그의 탑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