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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날에 읽고 싶은 책을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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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두가 서투를지도

자정이 가까워서야 숙소가 있는 타이베이 메인 역에 도착한 나는 소리라도 빽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벌써 이곳에 온 지 나흘이 지났지만 오락가락하는 비에 아직 해는 구경 한 번 못한 데다, 기대했던 지우펀에서 아쉬움뿐인 하루를 보낸 직후였다.

2018.12.11

도대체가 마음처럼 되는 일이 하나 없네! 

 

자정이 가까워서야 숙소가 있는 타이베이 메인 역에 도착한 나는 소리라도 빽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벌써 이곳에 온 지 나흘이 지났지만 오락가락하는 비에 아직 해는 구경 한 번 못한 데다, 기대했던 지우펀에서 아쉬움뿐인 하루를 보낸 직후였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을 만들 때 영감을 얻었다는 지우펀 홍등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안개 자욱한 아침 풍경을 볼기대로 경비도 두둑이 챙겼건만, 종일 쏟아진 폭우와 우산 행렬에 휩쓸려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왔다. 설상가상 시장 골목 돌부리에 부딪힌 정강이는 퉁퉁 부어 욱신거렸다. 종일 비를 맞아서인지 몸까지 으슬으슬했다.

 

모두가 처음입니다. 처음이라서 당연히 미숙할 수밖에 없고 돌이켜보면 별거 아닌데 말이죠. 되는 일이 하나 없었던 여행지에서 불만을 터트리고, 욕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생각해보니 그래요. 모든 것에 완벽할 수 없잖아요. 비가 내려서 해를 제대로 못 봤거나, 어쩌다 부딪혀 생긴 멍이 욱신거려도, 추억 아닐까요? 비관만 하지 말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면 거기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 말을 듣지 않거나 몰래 오락실에 간 것을 들켜 혼나기도 했지만, 가끔 장난감 블록으로 방을 어지럽힌 것과 늦은 밤까지 잠자리에서 동생과 시시덕거렸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엄마를 그때는 다른 엄마들보다 괴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스물 갓 넘은 나이에 작은 단칸방에서 네 식구 생활을 챙기며 시작된 엄마의 깊은 우울감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날 엄마의 옆모습을 보며 했던 혼잣말을 잊을 수 없다.

“차라리 평생 괴팍한 엄마로 남아 있지 그랬어.”

세 식구의 웃음소리가 사그라든 후 엄마가 웃느라 빨개진 눈 주위를 닦으며 한 마디를 더 얹으셨다.

“아유— 미안해. 엄마도 엄마는 처음 돼 보는 거였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서툴지 않은 여행이 있을까? 있다면 그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여행은 그 안에 미숙함이나 서투름 같은 풋내 가득한 의미들을 품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것입니다. 여행을 삶으로 바꿔도 이 등식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인생에 익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능숙해질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생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집니다.

누구나 서툰 것이니, 미숙하다고 자신을 실패자라고 여기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