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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날에 읽고 싶은 책을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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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여전히 청춘 일지도

아침부터 종일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계단을 두 개씩 뛰어내리고 종종걸음을 치며 입구까지 꽤 먼 거리를 달려왔다. 택시가 출발한 것을 확인한 뒤 마음이 놓인 나는 좌석에 등을 기대앉았다. 어두운 차 안에서 운전석 옆 전자시계에 표시된 ‘8:45’라는 숫자가 환하게 빛났다.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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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종일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계단을 두 개씩 뛰어내리고 종종걸음을 치며 입구까지 꽤 먼 거리를 달려왔다. 택시가 출발한 것을 확인한 뒤 마음이 놓인 나는 좌석에 등을 기대앉았다. 어두운 차 안에서 운전석 옆 전자시계에 표시된 ‘8:45’라는 숫자가 환하게 빛났다.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12월 31일이 지나 1월 1일은 맞이하면 1살을 더 먹게 됩니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1살이나 더 어른이 된 것이죠. 남들은 어른이라고 하지만, 나의 어떤 점이 어른스러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과 지금의 나의 모습은 다르니까요. 어른과 청춘 어딘가 애매한 곳에 머문 우리는 곧, 1살 더 어른이 됩니다.

 

 

서른둘의 어느 날, 퇴근길에 사직서를 냈다. 그날 아침까지도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상사와의 문제가 방아쇠가 되었다지만, 사람들의 말마따나 ‘무작정’ 사직서를 던지고 도망친 것을 보면 그 무렵 나는 꽤나 슬퍼하고 있었던 것 같다. 긴 기다림 끝에 시작한 회사 생활이 나라고 소중하지 않았을 리 있겠냐마는, 뱅글뱅글 도는 일상의 관성에 그저 몸을 맡기고 매일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원을 그리는 동안 무언가 떨어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보다 힘든 것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잃어 간다는 불안이었다.

얼마간의 날들이 흘러 그것이 청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낯선 겨울 도시에 홀로 던져져 있었다. 여섯 시간의 시차, 그리고 육천육백킬로미터의 거리만큼 떨어져 내게 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영하 30도의 혹한에도 빨갛게 얼어붙은 볼로 스케이트를 타는 소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광장을 활보하는 소녀에게서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보았다. 청춘에 대한 해묵은 질문에 그날 내가 한 답은 호기심이었다.


한바탕 뛰어 놀았으니 이제 또 한동안은 불만 없이 어른으로 살 수 있겠다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순수함, 호기심 같은 것을 나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어른들이 매진하는 것들은 그런 것들을 잃어버려 헛헛해진 빈자리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_ 할 지도> 김성주 작가님의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런 몸부림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노력의 보상으로 어른은 지혜를 얻게 되죠. 어른이 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없지만, 청춘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