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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어느 지점에서 파도에 휘청이며 남긴 기록들

겁도 호기심도 많은 한 사내가 낯선 도시들에 자신을 던지고 받기를 반복하며 얻은 조각을 모은 여행 에세이

2019.01.16


 

 

기대가 컸던 여행지. 나중에 꼭 가봐야지 하면서, 마음속에 아껴둔 곳이 있나요? 막상 그런 곳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쩌면 _할 지도>의 김성주 작가님은 아무래도 기대가 너무 컸기에 실망도 든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겁도 호기심도 많은 한 사내가
낯선 도시들에 자신을 던지고 받기를 반복하며 얻은 조각을 모은 여행 에세이
 

어디쯤 있는지, 얼마나 왔는지 알 수 없고 누구도 알려 주지 않는
생의 어느 지점에서 크고 작은 파도에 휘청이며 남긴 기록들입니다 

 


 

 

여행지에서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찰나의 시간이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죠. 연인의 실루엣, 아이의 미소, 노부부의 손에서도. 산다는 것은 어쩌면 각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하는 여행이 세계 일주가 아니라 생애 일주인거죠. 여행하면서 사랑에 빠진 도시들과 그곳에서의 울림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생의 일부입니다. 아직도 여러분에게는 여행할 생애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들어갈 공간은 비워 뒀어요.
빈칸은 다음에 함께 와서 채우세요.

목걸이를 조심스레 내 손바닥 위에 올리며 그가 말했다. 무척 상냥한 목소리였다. 작은 골목을 지나다 발견한 잡화점 하마키치를 둘러보던 중 마음에 쏙 들어 구입한 것이다. 네 개와 다섯 개의 사각형이 연달아 교차하는 이 문양에 인연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섬사람들의 맘씨가 담겨 있다는 그의 말에 깜빡
넘어갔다. 손톱만 한 펜던트를 뒤집어 보니 오늘 날짜 그리고 내 이름이 삐뚤빼뚤 새겨져 있었다. 그 아래엔 이름 하나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비어 있었다.


 

모든 여행지가 낭만으로 가득 차지는 않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좋을 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 혹은 내가 한때 '해보고 싶었던 나'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지가 아닌, 나에게 익숙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친구에게 '너 어디 아프니?'라며 걱정 반 농담 반 질문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행이 더 매력적인 거 아닐까요?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낯선 일상에 스며들면서 말입니다.

 

이 여행이 자네에게 잊지 못할 순간들로 채워지길 바라네

여행을 동경하고,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스트레스 해소? 일탈? 휴양? 무념무상? 낭만? 로맨틱?

그 무엇이 되었든,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하루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여행은 어쩌면 내 삶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