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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차이에 집착하는 세상

자기만 아는 차이를 위해 공을 들이는 세상으로 토끼고 싶은 김토끼의 이야기였습니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인정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2019.04.30


 
우리 과에는 특이한 교수님이 있다. 과제를 기한에 맞춰 제출하면 최고점이 A+. 하루 늦으면 아무리 잘 썼어도 최고점이 A0. 제출 기한을 기준으로 하루가 지날 때마다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 한 단계씩 낮아지는 것이다. 기한에만 맞추면 되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아직 고칠 부분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마감 기한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주변 친구들은 대충 적당히 잘 마무리해서 A0를 받으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하루 늦게 내더라도 완벽하게 잘 써서 A0을 받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친구들은, 내가 쓸 데 없는 것에 집착한다면서 시간 낭비라고 했다.

내가 더 좋다는데, 대체 왜 그러는데!

남들은 잘 몰라도 나는 잘 알고 있어서 '사서 고생'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험 전에 책상을 정리하던 동생은 은근히(?) 깨끗해진 책상을 뿌듯하게 보기도 했고요. 맛있는 음식을 플레이팅할 예쁜 그릇을 사러 저 멀리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맛이 아니라 멋을 위해서요!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 음식 철학을 내세워서 말이죠. 그런 사람들을 보며 쓸데없이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미세한 집착의 즐거움을 모릅니다.

 

나만 알아보는 미세함에 집착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적당히 해서 A0을 받는 것과, 만족스럽게 완성해서 다음날 최고점 A0을 받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결과를 봤을 때는 차이가 없습니다. 적당히 해서 A0을 받은 다음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모든 것을 떠나 본인의 만족이 1순위이기 때문에 후자에 한 표를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후자를 택한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습니다. 그 정신이야말로,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는 미세한 차이를 위해
마지막까지 공을 들이는 것.
그게 장인 정신이 아니면 뭐겠는가.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 그 친구는 아무도 없는 연말의 도서관에서 소논문에 숨을 불어넣었다. 아마 기꺼이 과제에 할애한 그 하루가 친구에게 괴롭지만은 않았으리라.

 

자기만 아는 차이를 위해 공을 들이는 세상으로 토끼고 싶은 김토끼의 이야기였습니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인정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